서울대학교 의미있는 쉼표 하안거

2016. 4. 24. 00:09카테고리 없음

반응형




1. 안거란?



안거(安居)를 한문으로 풀어보면 ‘편안하고 고요하게 머문다’ 는 의미다. 하지만 어원을 살펴보면, 안거는 비를 뜻하는 범어 ‘Varsa’에서 나온 말로 ‘우기(雨期)를 의미한다. 인도는 몬순계절풍의 영향으로 인해 여름철 3개월 동안 우기가 지속된다. 이 때, 수행자들은 유행을 멈추고 한 곳에 모여 수행에 몰입하는데, 이것이 불교의 수행문화를 대표하는 안거다. 인도에서 안거는 여름철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하안거(夏安居)라고도 불리었는데, 하안거가 티베트나 한국을 비롯해 북방으로 유입되면서 겨울 안거, 즉 동안거(冬安居)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2. 하안거의 이유


우기에 안거를 시행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수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우기에 안거를 실시하였다. 몬순계절풍으로 인한 우기는 엄청난 비를 쏟아내어 홍수가 많이 나고, 강물의 범람이 잦다. 이러한 시기에 행걸을 하는 것은 수행자의 안전에 위험이 되기 때문에 동굴이나 사원에 들어가 좌선수학에 몰두하도록 하였다. 이는 수행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수행풍토를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둘째, 인도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이 드러난다. 비는 만물의 약동의 근원이 된다. 마른 풀과 나무들도 싹을 틔우며, 범람하는 강에는 갖가지 곤충과 벌레들이 함께 있다. 이런 시기에 수행자들이 행걸수행을 하면 생명을 해치기 쉽다. 따라서 우기에는 수행자들이 외출을 하지 않고, 동굴이나 사원에서 수행에 정진하였다.




3. 하안거의 시기



안거는 음력 4월 보름부터 음력 7월 보름까지 하는데, 지방마다 우기가 다르므로 전(前) 중(中) 후(後)로 나누어 하안거를 실시하였다. 보통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 결하(結夏)라 한다. 그리고 안거를 푸는 것을 해제(解制) 해하(解夏)라고 했다. 안거를 푸는 해제(解制)일에는 삼 개월 간의 안거 기간 동안의 수행을 점검하고 각각 자신이 타인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반성하고 참회하는  하안거가 끝나는 날 승단이 한자리에 모여 삼 개월 간의 안거 기간 동안의 수행을 점검하고 각각 자신이 타인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물은 뒤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행사 자자일(自恣日)을 겸했다.




4.하안거의 다른 이름과 의의



안거는 하단(夏斷), 하좌(夏坐), 하행(夏行)·하경(夏經), 백하(白夏)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안거에 대한 여러 번역은 안거의 수행적 의미가 잘 드러난다. 첫째, 하단(夏斷)은 세속과의 복잡한 관계를 끊고 수행에 집중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는 욕망의 대상과 단절하여 번뇌를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천태지의(天台智顗)가 수행과정을 체계화한 25방편문에서 제시한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는 마음을 고요히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고요한 곳을 찾아 거기서 수행해야 한다.


‘한거정처(閑居靜處)’ 와 일맥한다. 수행을 위해서는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모든 인연을 끊고, 자연 속에서 참선하는 것이 필요한데, 하단(夏斷)은 이를 잘 나타낸다. 둘째, ‘하좌(夏坐)’는 좌선 수행을 의미한다. 하안거 기간 동안에는 주로 좌선 수행이 행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에도 대부분의 사찰에서 참선 수행을 주요 수행 방법으로 한다. 셋째, ‘하행(夏行)’은 안거 기간 동안 수행자가 닦아야할 실천행, ‘하경(夏經)’은, 안거 기간 동안 수행자가 경전을 독송하고 사경한 경전을 말한다. 이는 안거 기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행이 행해 졌음을 보여 준다. 넷째, ‘백하(白夏)’는 바른 행위를 실천한다는 의미다. 안거 중에는 좌선 수행에만 몰입하므로, 나쁜 업을 짓지 않고 선행만을 실천하는 기간이 된다. 다섯째, 안거는 교단과 승원제도를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왕실과, 부유한 재가신자들은 불교신자들이 비를 피하면서 불편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지나칠 수 없었고, 안거를 지원하기 위해 불교교단에 희사하였다. 이는 흩어져 있던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 계율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안거를 통하여 수행자들은 개인적으로 좌선을 통해 세속과 단절되어 화두와 씨름 하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동료 수행자들과 만나 나누고, 자자일(自恣日)에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었다. 또한 불교 교단 역시 승원제도의 발전과 수행자들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음의 병 고치려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하안거'>



5. 감상



 명상을 통해 주의 집중하여 진정한 자기 자아를 돌아보며, 집착의 대상으로서 욕망할 가치가 있는 어떠한 관념조차도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주제도 이와 비슷한 것을 찾다 보니 안거에 대해서 조사하게 되었다. 삼 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하루에 8~10시간하는 일반정진, 12~14시간하는 가행정진, 그리고 해제를 앞두고 일주일 동안 매일 12시간 이상씩 참선을 하는 스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졌다. 하루, 하루를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상 가운데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는 1시간 이상의 참선도 불가능 할 것 같다. 행걸 수행을 하면서 얻은 세상에 대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삼 개월 간의 혹독한 참선 수행을 통하여 정리하고, 내면을 성찰하는 안거는 나에게 많은 반성거리를 던져줬다. 내가 얼마나 생각 없이 살아 왔는지, 혼자 힘들다고 타인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왔는지 생각해보니 부끄러웠다.



비록 안거가 인도의 기후적 요건에 의하여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제도였지만, 붓다의 주요 수행법인 팔정도에 기초하고, 효과적인 수행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수행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속세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안거에 들어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국 유명 사찰들에서 진행하는 여름 수련회가 있어서 그 곳에 참여하면 참선 수행을 할 수도 있다기에 ‘나중에라도 한번 방학 때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수련회도 부담스럽다면 템플스테이를 이용한 체험도 있다고 한다. 속세와 떨어져서 자유롭게 절에 머물면서 참선 수행도 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좋은 밥을 마시면, 속세의 찌든 때가 씻겨 나갈 것만 같다. 



경제적 부의 증가로 의료, 복지의 수준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마음의 병이 많은 한국. 한국 사회에 이러한 안거의 정신이 깃든다면,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유난히 힘들었던 이번 이 학기를 마쳐가면서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어려 어려움들도 명상을 통해서 성찰하고, 내면의 성숙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안거는 무더위에 지치고, 습한 날씨에 몸과 마음이 치쳐가는 여름에, 한 해의 중간에 작은 쉼표하나 찍어, 이미 보낸 한 해의 일부를 성찰해보고, 앞에 남아 있는 미래를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하안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우리나라에는 동안거도 있으니까 좋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겨울에는 수련회나 템플스테이에 참석하여 지친 심신에게 자그마한 휴식을 주고 싶다. 비록 며칠간이지만 솔 내음이 나는 산 속에서 몸의 피로를 씻고, 진리의 말씀으로 영혼의 고단함을 씻어낸다면 2013년에는 좀 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고,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성숙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