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삼춘 분석

2016. 4. 24. 11:08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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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설



2.1. 시의 소재 


2.1.1. 삼촌의 죽음


 이 시는 올 겨울 겪었던 외삼촌의 죽음과 그로 인해 느낀 감상을 소재로 했다. 아직 젊었던 삼촌의 안타까운 죽음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삼촌의 죽음 자체에 대한 슬픔이 밀려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쁜 일상에 치여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 특히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특히 점차 쇠약해지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으로 말미암아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점차 이런 두려움이 커져 만나면 필히 이별하게 되는 삶 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번졌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만큼 감정이 쇠약해졌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를 극복한다.



2.1.2. 도시와 사찰


 현재 거주중인 신림2동은 여러모로 재밌는 지형을 간직하고 있다. 가파른 고개를 따라 들어선 주택가들은 (난곡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많이 남루한 편이다. 그러나 5519번 버스를 타고 고개를 오르다 보면 으리으리한 대형 교회가 두 곳이나 있고 버스의 종점에는 동네의 외관보다 지나치게 번듯한 절이 하나 솟아 있다. 이는 나에게 비합리적 해결책, 현실 도피의 산물로 종교가 이용되고 있고, 교단은 이를 근거로 자신을 살찌우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소재로 종교를 활용했다. 시에서 종교의 역할은 후술한다.



2.1.3. 골방


 이 시에서는 골방은 고단한 나의 현실을 상징한다. 또한 닭장처럼 배열된 고시원 골방은 납골당에 있는 삼촌의 새 집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그 공간 안에서 춥고 고독하며 또한 삼촌처럼 자신과 부모님 더 나아가 나와 관계된 모두에게 죽음이 닥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2.1.4. 가방


 가방은 “공부”라는 나의 일상을 상징한다. 시적 화자는 삼촌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일상에서 비일상의 세계로 튕겨져 나온다. 비일상 속에서 두려움과 고독감으로 떨던 시적 화자는 종교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때의 일상은 삼촌의 죽음 이전의 비종교적, 현상적 세계로서의 일상과 다른 깨달음으로서의 일상이다.



2.1.5. 봄과 삼춘(三春)


 시의 마지막은 봄이 온다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삼춘 이라는 말은 의도적으로 활용한 중의어이다. 사투리 삼춘은 삼촌을 이르는 말이지만, 또한 봄의 석달(맹춘, 중춘, 계춘) 혹은 세 해의 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시에서 삼촌이 돌아가신 계절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과 봄의 경계이다. 화자에게 이 계절은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일상(맹춘)-비일상(중춘)-일상으로의 복귀(계춘) 을 골자로 하는 일종의 성인식 과정을 거침 앤터니 기든스, 현대사회학, 을유문화사, 2002, 58쪽

으로써 비로소 두려움과 고독감과 추위를 극복하고 봄이 오을 느낀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발음이 같은 삼춘이라는 방언을 활용했다.


2.2. 시의 주제


 나는 비종교적 비종교인이었다. 종교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 조차 없었다. 부모님은 종교인이시지만 한 번도 종교를 가지라 강권해보신적 없었고, 종교에 대한 나의 관점은 첫수업 시간에 배웠던 칼 맑스의 관점에 가까웠다. 

 종교는 내게 현실의 도피처를 제공해주는 환상의 존재이자 빈민들의 고혈을 빨아들이는 교단에 의해 왜곡된 가르침에 지나지 않았다. 붓다가 자신의 사후에 자신의 가르침이 왜곡될 것을 염려했듯이 오늘날의 종교는 태초에 윤리적, 사회적 기능을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삼촌의 죽음이라는 시련을 겪으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간의 태어남, 살아감, 죽음이라는 과정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부모님의 노화와 함께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독감은 그간에 없었던 실존적 고민이었다. 고민의 과정에서 사후 세계를 믿고, 특정 종교적 세계관을 믿게 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세계종교입문 수업을 통해서 종교, 특히 힌두교와 불교 등의 동양종교에 대해 배우며 종교가 인간이 가지는 실존적인 고민들과 맞닿아 있으며, 세계의 여러 종교에 대해 배우면서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그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우주(세계)’ 에 대한 해답을 얻는 과정임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시는 세계종교입문 수업을 들으면서 얻은 나름의 깨달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즉,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일상(깨달음 이전의 상태)에서 삼촌의 죽음(비일상적 충격)에 마주한다. 화자는 자신이 느꼈던 고민이 삼촌이 외할머니의 죽음에서 느꼈던 감정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종교를 통해서 삼촌과 나(개체) 라는 개개인이 아닌 인류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전체). 이는 마지막에 “우리 다시 못 보아도 만난 것 이어요 아암 우리 만날 것 이어요.” 는 말로 표현된다. 즉 시적 화자는 종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윤리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비종교적 종교인이 된 것이다.



2.3. 본문 분석


 1연~3연은 술에 취해 슬퍼하는 친척들의 모습을 통해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4연~5연은 삼촌의 죽음으로 인한 어머님의 슬픔과 어머님이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고(숨어 들었어요.) 있다는 점, 이를 달랠 수 없어서 도망치듯 골방으로 향한 현실 도피적 화자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6연~7연은 골방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고독감, 두려움과 삼촌의 죽음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가 힘든 화자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8연~12연에서 골방은 삼촌의 납골당과 같은 공간이다. 즉 죽음의 공간이고 화자가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깨닫게하고 두려움과 떨림에 다시 몰아 넣은 공간이다. 화자는 부모님의 노화와 삼촌의 죽음이라는 고민에서 떨쳐나고자 하지만 힘을 잃고 다시 고독과 두려움에 빠져든다.


 13연~16연에서 화자는 교회와 사찰이라는 종교적 상징물을 통해 외할머니의 죽음에 대처하던 삼촌의 자세를 떠올린다. 그리고 삼촌과 나 역시 태어남-늙음-병듬-죽음, 이별과 만남 이라는 인간의 실존적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삼촌의 자세를 좇아 “허리를 구부려” 봄으로써 삼촌과 우주 안에서 하나가 됨을 깨닫고 비일상의 고통과 성인식적인 성장통을 겪으며 “삼촌을 받아들이게” 된다.



 17연~18연에서 화자는 드디어 깨달음 끝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고 “가방”을 싸는 행위를 통해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가 됐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봄이 옴을 느끼고(삼춘-깨달음 이후의 봄, 겨울이라는 시련을 극복한 후의 시간) 비종교적 종교인으로써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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