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라마단과 한식 1

2016. 4. 19. 16:54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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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마단과 한식의 소개

   

   라마단은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에서의 9월 한 달 동안 진행되며, 9월을 예언자 무함마드가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계시를 받은 신성한 달로 기념해 이 기간 동안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이나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한식(寒食)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진(晉) 문공(文公)을 섬겼던 충신인 개자추가 죽자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사람들이 찬밥을 먹는 풍속이 한식(寒食)이라는 명절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 일화이다. 물론 라마단의 경우는 한 달 동안 해가 뜬 동안에는 아예 금식(禁食)을 하는 것이고, 한식의 경우에는 단 하루 동안만 불을 사용하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니 이 두 명절에게서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접할 수 있었던 한 논문에서 인도네시아 동쪽에 위치한 한 섬에서는 특정 음식의 금식(禁食)을 통해 친족 집단의 친밀성을 높이고 과거를 환기(喚起)시킨다는 이야기가 기억났고, 기간이나 금지 음식의 범위에 상관없이 ‘금식’과 관련된 종교 명절을 찾아보았다.

죽은 개자추를 보고 슬퍼하는 진 문공






 2. 라마단과 한식에서 금식의 기원과 그 의미

   

   먼저 라마단 기간에는 왜 금식이 풍습이 되었고 그것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원래 라마단은 유대교의 단식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이것이 관행화되어 이어져 내려오다가,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단식이 의무화된 것은 헤즈라 2년이라고 한다. 


금식이 지니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인내와 자제를 배우고 죄악을 이겨낼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훈련의 의미가 있고, 두 번째로는 빈자에 대한 연대감과 전시(戰時)에 인내와 강인한 정신을 갖출 수 있게 하는 훈련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라마단 동안 금식의 대상은 건강한 성인 남녀이고, 이들 중 여행자나 병자, 임산부는 금식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들은 추후에 금식 기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하루에 5번씩 기도를 드려야 하며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의 섭취나 흡연, 부부 간의 성관계도 일절 금지된다.

라마단 기간에 사원에 모여 있는 무슬림들


   한식(寒食)기간에는 왜 불을 이용하지 않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생겼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위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개자추와 진 문공의 일화가 있다. 진 문공은 왕이 되기 전 19년 동안 다른 나라를 떠돌아 다녔는데, 그 기간 동안 진 문공을 보좌한 충신 중 한 명이 바로 개자추였다. 하지만 진 문공이 왕이 되자 그는 개자추를 잊고 그에게 소홀한 대접을 한다. 이에 개자추는 진 문공을 떠나 면산으로 들어가 숨어 살게 된다. 그제서야 자신이 개자추에게 소홀했다는 것을 알아챈 진 문공은 개자추에게 다시 산에서 내려와 달라고 부탁하지만 개자추는 그 부탁을 듣지 않는다. 진 문공은 산 전체에 불을 지르면 개자추가 산에서 내려올 것이라 예상하고 산에 불을 지르지만 개자추는 끝내 산을 떠나지 않고 불에 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이에 진 문공이 개자추의 죽음을 슬퍼하여 개자추가 죽은 날 개자추의 혼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불을 이용한 음식을 먹지 않은 것에서 한식(寒食)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 일화는 우리가 자주 들어서 잘 아는 것이지만 한식의 기원에 관한 더 설득력 있는 설은 따로 있다. 


이 설은 한식이 고대의 의식에서 유래하였다고 설명한다. 고대 사람들은 모든 사물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에 따라 불에도 생명이 있는데, 불이 오래되면 그 생명력이 쇠하고 인간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이에 한식(寒食)이라는 오래된 불을 없애고 새로운 불을 만드는 기간 중간의 과도기를 설정하여 이를 기념했다고 한다. 즉, 해묵은 불이 없어지고 새로운 불이 생성되는 때의 사이에 새로운 불씨가 완전한 불이 될 수 있도록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고, 인간에게도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식의 풍속으로는 성묘를 가거나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는 조상 숭배의 의식이 남아 있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한식 때 왕실에서는 종묘에 제사를 지냈으며 민간에서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절사(節祀)라고 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3. 라마단과 한식(寒食)에 대한 감상


   전 세계의 의례 중에는 일정 기간 동안 음식이 관련된 의례가 많다. 그 의례들은 특정 음식을 섭취하거나 혹은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금식 의례에 관련된 명절인 이슬람의 라마단과 동아시아의 한식을 다뤄보았다. 물론 금식의 기간이 다르고 금지하는 음식의 범위가 라마단은 대단히 포괄적이고(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 한식은 불에 익힌 음식으로 좁은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두 명절에서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의례를 실행하고 있음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전통이 매우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에도 불구하고 금식의 상황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치는 아직도 유효하다. 케케묵은 것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상황에 우리는 한식의 금식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조급하게 새로운 불씨에 밥을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새로운 것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또한 이슬람의 라마단 금식이 가지는 의미에도 아직 우리가 배울 만한 가치들이 많이 있다. 라마단 금식의 목표인 가난한 자에게 연민을 가지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인내와 자제, 그리고 정신력을 기르기는 고대 무함마드 시절 사람들이나 무슬림들에게만 필요한 가치가 아니다.



   물론 금식을 한다고 무조건 이러한 태도나 가치가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식 의례에 대한 편견이나 무조건적으로 ‘그런 쓸 데 없는 행동을 왜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금식 의례의 숨겨진 가치나 금식 의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의 중요성을 느껴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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